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직접 겪은 취업 사기 [세전, 세후]의 중요성 계약서 사인 전 필독

반응형

 

*제목은 어그로를 끌기 위해 취업사기라고 하였지만, 엄밀히 따지면 취업사기라기보단 모든 것은 계약서에 사인한 내잘못임을 알린다.

*참고로 포스팅에 작성한 '금액'은 실제 나의 사례가 아니고 전부 예시로 쓴 것이다.

 

먼저, 나는 이 회사에 취업하기 전에 채용설명회, 간담회미팅 등을 가지며 월급이 얼마인지 들었다. 환율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이 게시글에서는 세후 월 500만원이라고 간단하게 적어보겠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세후 월 500만원이라는 것은 나라에서 세금을 얼마나 떼가든 내 통장에는 500만원이 찍힌다는 뜻이다.

  세후 월 500만원
1월         5,000,000
2월         5,000,000
3월         5,000,000
4월         5,000,000
5월         5,000,000
6월         5,000,000
7월         5,000,000
8월         5,000,000
9월         5,000,000
10월         5,000,000
11월         5,000,000
12월         5,000,000
      60,000,000

이렇게 말이다.

 

나는 실제로 계약서에 '세후' 금액으로 사인을 했고 최초 몇 달간은 그렇게 수령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드러난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한국회사인만큼, 한국인 주재원, 한국인 현지채용 (신입/경력), 폴란드 현지인 현지채용 (신입/경력), 장애인 우대, 특정 전공 우대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근무를 하게 되는데, 누구는 세후, 누구는 세전 이런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데다 계산이 복잡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무엇을 하기로 결정했냐.

 

전직원의 계약서를 세후에서 세전으로 변경해서 새로 사인했다. 세금은 약 12%로 계산했다. 

Before After
세후 월 500만원 세전 월 570만원

세전 월 570만원이면, 세금 12% 떼고 대충 501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온다. 회사에서는 통장에 꽂히는 최종 금액은 같으니까 상관없지 않겠냐는 식으로 직원들을 설득해서 그렇게 전직원의 계약서를 세전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폴란드에서는 소득 120,000즈워티 미만 세금을 12%를 떼고, 그 이후로는 32%를 뗀다.

그말인 즉, 매달 501만원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세금이 변경되는 구간부터 32%를 떼어간다는 말이다. 그러면 갑자기 내 소득은 387만원이 된다.

  세전 월 570만원
1월         5,016,000
2월         5,016,000
3월         5,016,000
4월         5,016,000
5월         5,016,000
6월         5,016,000
7월         5,016,000
8월         5,016,000
9월         3,876,000
10월         3,876,000
11월         3,876,000
12월         3,876,000
       55,632,000

그렇게 연봉 실수령액이 6000만원이었던 나는 눈 깜짝할 새에 5563만원으로 줄게 되었다.

12개월을 일하고 월급은 11개월 어치만 받아가는 기적이?

뭐지? 블랙프라이데이인가? 대체 어메이징한 디스카운트는 뭐지?

마트에서 500원 할인하는 물건 고르고 골라 돈을 아끼던 나는 역으로 회사에게 약 1개월치의 월급을 반납하게 되었다. 

 

자, 이 모든 것은 누구의 잘못? 월 500만원을 준다고 말해놓고 실제로 나중에 가서는 월 387만원밖에 안주니 회사가 잘못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매우 화가 났고 고소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며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폴란드의 소득세에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사인한 것은 나였다. 그러니 나에게도 귀책 사유가 있을 수밖에. 따지고 깊게 파고 들어가다보면 회사가 잘못한 게 맞을 수 있다. 12만즈워티를 기준으로 세율이 12%에서 32%로 변한다는 것을 회사에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회사에서는 오히려 이것을 노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한국인 현지채용 인력이라는 게, 1년 12개월을 꽉 채워 일을 한다는 보장이 없고 언제 그만둘 지 모르는 인력이기 때문에 미래에 있을 세율 32%는 고려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세율 12%만 반영하고자 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오래 일하면 일할 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직원의 것이 된다.

 

약 1개월치의 월급... 이게 사회경험을 하면서 치르는 일종의 '수강료'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회사에서 도대체 누가 오래 일하고 싶어할까? 한국에서는 공채로도 뽑히지 않았을 청년들을 현지채용으로 뽑아준데다 돈도 많이 주니 이정도 손해는 청년이 감수해도 된다는 식의 선민사상이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의 청년들은 손해를 크게 감수해가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위 논리가 맞다면, 세율이 32%로 늘어나기 전까지만 일하고 그전에 그만두는 것이 청년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회사에서는 청년 현지채용이야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는 마인드이겠지만, 몇 주 내지 몇 개월까지 생길 수 있는 공백 기간과 그동안 다른 직원들이 감당해야할 업무량과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반응형